신임교수 인터뷰

[2022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물리천문학부 손주비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2022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물리천문학부 손주비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권세은

*소속: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
*전공: 외부은하, 관측우주론
*E-mail: jbsohn@astro.snu.ac.kr
*Tel: 02-880-6683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손주비 교수님. (사진 = 허은제 기자) 2022.10.18.

머나먼 우주에서 수십억 광년을 날아온 은하의 빛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한 천문학자의 망원경에 우연히 닿는 순간, 은하와 천문학자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러한 은하들의 탄생과 진화 및 상호작용에 대해 탐구하며, 은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 수 있는 보다 자세한 우주의 3차원 지도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 물리천문학부 손주비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Q. 올해 9월에 새로 부임하신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에 새로 부임한 손주비라고 합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2015년부터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올해 서울대학교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과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선 제가 연구자로서 성장하게 된 모교에 다시 돌아와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또 저와 비슷한 길을 걷고자 학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연구자가 되어서 지속적으로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이고,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는 여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한국에서 졸업했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학생이었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교나 다른 교수님들과 학생들을 연결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은하를 관측한 자료로 ‘우주의 지도’를 만들고 은하단의 형성과 진화에 대해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해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스로를 ‘관측 천문학자’라고 소개합니다. ‘관측 천문학자’란 관측 자료를 분석해서 우주를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은하에 대한 관측을 주로 수행하는데,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서 우주에 대한 3차원 지도를 만들고 은하들로 이루어진 시스템인 은하단이나 은하군을 찾아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했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은하의 특성은 사람의 성격과 비슷해서,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은하 자신의 성질과 주변 환경의 영향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한 환경적 요인이 은하를 어떤 식으로 진화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박사후연구원을 하는 동안에는 관측 연구를 위해 필요한 이론적 가이드인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관측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실 홈페이지에 소개된 ‘HectoMAP’은 무엇인가요?
 HectoMAP은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MMT라는 6.5m 망원경에 달려 있는 Hectospec이라는 *분광기를 이용한 관측 프로젝트입니다. HectoMAP이 계획된 것은 기존의 지도는 밀도가 높지 않아 자세한 구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약 10년 동안 우주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하늘의 한 영역을 아주 오랫동안 관측해왔습니다. 특정 영역 안에 있는 아주 많은 수의 은하들까지의 거리를 Hectospec으로 측정한 후 그 영역에 대해 세밀한 지도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 그 지도가 바로 HectoMAP입니다. 황호성 교수님께서도 HectoMAP에 참여를 하셨고, 저도 그 뒤를 이어서 HectoMAP에 참여했습니다. 현재는 지금까지 얻은 자료를 이용해 은하들로 이루어진 우주 거대 구조를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분광기: 물질이 방출 또는 흡수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측정하는 장치. 

Q. 멀리 있는 천체를 관측해서 거리에 관한 정보를 얻은 후 특정 영역에 대한 ‘우주의 지도’를 얻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일반적으로 은하를 관찰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늘에 대해 사진을 찍으면 모든 천체가 2차원 평면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은하들은 중력에 의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같은 공간에 있지 않으면 서로 간의 중력이 매우 미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중력에 의해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은하들이 실제로 같은 공간에 있는지 봐야 하고, 그것을 보려면 사진에 나타난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3차원으로 작업하려면 은하 간의 거리를 알아야 하고요. 그렇게 은하 간의 거리를 알게 되면 하나의 사진에 찍힌 은하들 중 어떤 은하들이 실제로 같은 물리적 공간 안에 있는지, 혹은 서로 전혀 관계없는 공간에 위치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Q. 그렇다면 HectoMAP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될수록 더 넓은 범위의 우주를 더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기존의 관측에서는 얼마나 어두운 은하를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큰 망원경과 더 좋은 기기를 사용할수록 관측에 유리했습니다.
지금까지 우주의 지도를 만들고자 했던 기존의 연구들에서는 조금 작은 망원경을 사용해서 가까이에 있는 우주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더 큰 지도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계획되어 있는데, 막상 그 프로젝트에서는 아주 멀리 있는 영역의 지도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의 HectoMAP은 과거의 지도와 미래의 지도에서 대상으로 하고 있는 중간 영역의 우주에 위치한 많은 수의 은하를 관측하여, 이 영역에 대한 자세한 우주의 지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과거에 만든 밀도가 낮은 우주에 대한 지도와 앞으로 만들 지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HectoMAP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관측을 하는 관측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처음 학부 때에는 행성과 같이 우리가 실제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천체들을 연구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 들어올 때쯤에는 그런 연구를 지도해 주실 수 있는 교수님이 학교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관측 천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그 방법론을 배우면 나중에 어떤 대상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당시 관측 연구를 하시던 이명균 교수님의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은하에 대해 연구할 프로젝트를 많이 주셨는데, 그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은하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고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더 알고 싶어서 은하에 관한 연구를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은하가 재밌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과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성질에 따라 진화하는 동시에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는데, 그런 점들을 관찰하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은하를 연구하면 할수록 사람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고 그 둘을 비교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Q. 어렸을 때부터 천문학을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처음 천문학을 접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3학년 때 헤일-밥 혜성이라는 혜성이 온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었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혜성을 보려고 계속 하늘을 쳐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또 인간이라는 존재가 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 과학으로 대답을 해주기 위한 학문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부모님께서 천문학 관련 잡지들을 사주셔서 우주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되었고 천문학을 해야겠다는 꿈을 계속 키울 수 있었습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특별히 흥미를 느끼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은하와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것에 특히 관심이 많으신 건가요?
처음 은하를 계속 공부하게 된 계기는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을 다닐 때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주제가 ‘주변 환경이 은하의 진화에 미치는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가’ 였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중력으로만 상호 작용하는 천체에 대해, 우리 인간 사회와 비슷한 논의를 하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정확히 이것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논의가 이 학문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가장 관심있는 것은 은하단과 같이 크고 무거운 구조의 천체들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관한 물음입니다. 이렇게 큰 천체들에 대해 여러 관측 방법을 이용해 탐구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제가 분광 관측을 한다고 했는데, 밤에 촬영한 관측 자료를 받아서 분석을 해보면 우리로부터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의 빛이 와서, 은하가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지 알려주는 뚜렷한 흔적을 남길 때가 있습니다. 수십억 광년동안 날아온 빛이 우연히 하늘을 관측하던 우리의 망원경에 걸려서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선을 딱 보여줄 때, 그 선을 보면 큰 희열을 느낍니다. 은하가 저렇게 멀리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빛을 내고 있다는 것도, 그 빛이 날아와서 우리 망원경에 찍혔다는 것도, 그 관측이 이론적으로 예측한 값과 잘 맞는다는 것도 무척 신기합니다.

Q. 교수님과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일단 천문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많은 사람들을 흥미롭게 하고,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학문일 것 같아요. 특히 밤하늘에서 별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천문학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밤하늘을 보는 것과는 다른 의미의 매력도 있고 어려움도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천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학생들이 지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의 꿈이나 흥미를 잊지 않고 계속 공부를 하다 보면 그 안에 숨겨진 나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천문학 공부가 너무 어려워서 연구를 그만두거나 분야를 바꾸게 되었을 때, 그 선택에 대해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일은 아니라고 학생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방금 얘기했던 그런 고민들을 갖고 있던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막연히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들어왔는데, 공부를 하는 것도 쉽지 않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아야 했고, 미래도 보장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자연과학 분야나 공학 분야와 달리 천문학을 전공하고 산업체로 진출하는 길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과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들어와서도 천문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교수이자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계속 공부를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웃음). 천문학 연구가 너무 재밌고 계속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서 살아남을 길을 계속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박사후연구원을 하면서 연구에 매진한 결과 교수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교수가 되는 것보다 천문학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지만, 제가 배웠던 것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교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연구했던 학자가 외국에 나가서 외국인들과 연구를 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나 어려움 등을 한국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Q. 말씀하신 ‘외국에서 연구하는 한국 학생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대학원에 있을 때, 교수님들께서 연구 기회도 많이 마련해 주셨고 지원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홍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주제를 얻는 경험을 하고 나서, 한국에 있었을 때 그런 소통의 경험을 충분히 해보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보니 처음 미국에 연구를 하러 갔을 때 그런 문화적 차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연구와 과학 공부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연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겪는 어려움은 비슷하지만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방식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에, 한국 학생들은 자신이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고, 완벽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교수님들께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셨기 때문에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크고, 언제든지 도와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교수님들과 소통하는 것을 대체로 어려워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사실 저도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일 때 교수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수로서 학교에 오게 되었을 때 언제든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편하게 찾아와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교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연구가 항상 잘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에게는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럴 때 잠시 연구하는 것을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가서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 문제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고나면,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고 다시 문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Q. 교수님의 인생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여러 분들이 떠오르는데, 특히 주변에 계신 스승님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서 지금까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첫 번째로 저의 대학원 지도 교수님이신 이명균 교수님입니다. 연구를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연구를 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함이었음을 잊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황호성 교수님께서도 저를 지도해 주셨는데, 교수님으로부터 연구에 대한 강한 열정과 다른 이들에게 친절한 마음을 갖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남들에게 친절하면서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고,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연구할 때의 지도 교수님이셨던 Margaret Geller 교수님도 중요한 롤모델인데, 과학을 연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천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져야 하는지 많이 가르쳐주셨습니다.

Q. 황호성 교수님을 보면서 행복하게 연구하는 마음가짐을 배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교수님의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과 결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결국에는 저에게 기회가 생겼을 때 가장 기뻤던 것 같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이 되었을 때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또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도 제가 배워왔던 것을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성취했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것을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도록 사회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던 것 같습니다.

Q.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인생 책'이 있으신가요?
『코스모스』를 번역하신 홍승수 교수님께서 쓰신 『나의 코스모스』 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교수님께서 천문학자로 살아오신 당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쓰신 책입니다. 저는 홍승수 교수님께 수업도 여러 차례 들어서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교수님께서 돌아가셨고, 돌아가신 후에야 미국에서 이 책을 받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천문학자의 삶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며 많은 감동을 받았고, 교수님의 경험들을 읽으며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에서 특히 기억 나는 부분은,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자주 해주시기도 한 한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쟁의 혼란한 시기에도 천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 태어나고, 천문학 연구를 해서,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를 키워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구를 하면서 내가 스스로 그 학문을 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engage)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대 학생들에게도 과학자가 되고자 했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다 갖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후연구원이 되면, 또 교수가 되면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순간에도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은 항상 했습니다. 그러니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그 순간에는 힘들게 느껴질 수 있어도, 그런 고민들은 앞으로 계속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들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잘 해결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울대에 들어온 학생들은 모두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서 계속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계속 기회는 찾아오게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기회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찾아올 기회에 대한 준비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그렇다면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전반적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모교에 돌아와 자연대 학생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저도 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연구자가 된 사람으로서 자연대 학생들이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잘 소통해서 같이 힘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더 많이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열심히 참여하고 싶고, 앞으로 그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몽과 같은 매체에서 이런 인터뷰를 해주시는게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에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서로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는 대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로에게 친절하면서도 모두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서울대 학생들도 그런 치열한 경쟁을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일수록 남들에게 친절해야 사회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권세은 기자 kwonsee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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