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3년 3월 신임교수 인터뷰] 생명과학부 주용성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신민영

* 소속: 생명과학부
* 전공: 생태학
* E-mail: yousjoo@snu.ac.kr
* Tel: 02-880-4423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주용성 교수님. (사진 = 주용성 교수님)



Q. 얼마 전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분자화학생태학자이자, 9살 딸이 있는 아빠입니다.
분자화학생태학자는 분자생물학적인 방법론과 분석화학적인 방법론을 이용하여 생태학적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저는 특히 식물-곤충 상호작용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의 연구 그룹 리더로 있다가 2020년부터는 충북대학교 생물학과에서 식물-곤충 상호작용 및 생태학 연구실의 지도교수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임용이 되었습니다.


Q.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요즘 자주 이야기하는데, 자리가 바뀌면 환경이 바뀝니다. 자리가 바뀌면 환경이 바뀌고, 바뀐 환경이 주는 새로움은 저를 자극하면서도 그 자체가 되게 재미있습니다. 가령 똑같은 밥을 먹어도 내가 항상 먹던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서 먹으면 느낌이 새롭잖아요. 이곳으로 오기 전 지냈던 대전이나 청주에서도 전에 살아본 적이 없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이나 사람, 음식 등이 주는 재미가 있었어요.
서울대학교로 오게 된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학교의 교수가 되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모교로 돌아왔다는 반가움도 큽니다. 그런데 처음에 왔을 때는 자리가 바뀌었는데 공간이 주는 새로움이 없다는 점에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제가 석사 때 있었던 식물생태학연구실이 제 연구실 바로 아래층에 있거든요. 제가 예전에 지내던 때와 변함이 없는 공간으로 돌아오니 대학원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조금 복잡미묘한 느낌입니다.


Q. 식물-곤충 상호작용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신경과학 연구를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나가실 연구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자기소개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분자화학생태학자로서 식물-곤충 상호작용이라는 현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곤충이나 식물 한 가지만 연구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거기에서 벗어나서 개체들의 상호작용에 주목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개체들은 절대 혼자 살아가지 않고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듯이 항상 다른 개체와 상호작용을 해야 하거든요. 누가 누구와 어떤 관계로 상호작용을 맺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일이 일어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은 좋은 것을 주고 어떤 사람은 나쁜 것을 주죠. 그리고 누군가 남을 험담하면 그 사람에게 직접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호작용도 이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저는 특히 식물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초식 곤충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냉이라는 식물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는 중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이라고 하면 그냥 국 끓여 먹고 나물을 해 먹는 정도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냉이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랑 같이 살아온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냉이가 누구랑 어떤 상호작용을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되게 무관심하죠.
저는 냉이가 하나의 생태학적 모델 시스템으로서 얼마나 다양한 초식곤충과 상호작용을 맺고 있는지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냉이는 각 조직 별로 굉장히 다양한 곤충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곤충들이 어떻게 조직 특이적으로 상호작용을 맺고 있고 식물의 어떠한 형질이 초식곤충과의 상호작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진행 중인 연구에서 이전에 말씀하신 분자생물학적인 방법론과 분석화학적 방법론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가요?

현대 생태학 연구에서는 대부분 실험 과학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험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작(manipulation)인데, 기존의 생태학 연구에서는 변인 통제가 굉장히 어려운 지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계에서 실험을 해야 했고 자연에 존재하는 형질들을 이용해서 통제할 수 있는 변인은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식물의 형질을 통제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분자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유전자가 식물의 어떤 형질을 만들어 내는지, 그 형질의 기능적인 측면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은 이렇게 형질을 바꾸는 유전자 조작(genetic manipulation)에 사용이 됩니다. 또, 식물이 초식 곤충에게 특정 부위가 먹히는 등 초식곤충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식물의 반응을 파악할 때에 전사체*(transcriptome) 유전자들의 발현의 변화 등을 선별(screening)하는 비교 분석을 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그러고 나서 각각의 초식 곤충들에 대한 특이적인 반응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표현형적인 가소성(phenotypic plasticity)가 발생한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발견한 가소성이 실제로 적응 형질인지 검증을 하게 됩니다.
또한 굉장히 많은 생태학적 상호작용은 화학물질을 매개로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커피를 마셨을 때 얻는 각성 효과 등은 카페인에 의해 우리의 신경 전달계가 조절되어 나타나죠. 이처럼 화학물질은 다양한 상호작용의 매개체로서 기능하며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분석화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화학물질들을 분석하고 그 물질들이 가지고 있는 생태학적 기능들을 알아내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전사체(transcriptome): 세포 또는 조직에서 발현된 RNA의 총합.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Q.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하시는 실험은 통제된 환경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요?

생태학 실험에도 여러 단계가 존재합니다. 당연히 생태학자라고 하면 자연계에서의 생태학적 기능을 검증하고 추정해 보는 부분들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생태학자가 자연에 나가서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태학 실험은 굉장히 다양한 장소에서 행해집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자연에서 실험을 할 것인지, 실내에서 실험을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자연을 모사(mimic)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사용할 때에는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합니다. 유전자 조작을 거친 개체들은 GMO라서 자연에 유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통제된 실험실 공간에서 자연에 있는 환경을 모사하는 형태로 실험을 진행합니다.
반면 상호작용을 맺는 대상, 생태학적 현상 등은 자연에서 관찰을 통해 찾아냅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진행할 수 있는 실험이라면 자연에서 검증을 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 상태의 식물에 망을 씌움으로써 초식동물의 접근을 막을 수도 있겠죠. 결국은 어떠한 질문을 가지고 어떠한 수준까지 조작을 할 것인가에 따라서 자연, 실험실, 또는 그 중간의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계신 주용성 교수님. (사진 = 주용성 교수님)



Q.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박사 때에 미국의 그레이트 베이슨 사막(Great Basin Desert)에 분포해 있는 야생 담배라는 식물을 연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사 기간을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보냈지만, 야생 담배 연구를 하기 위해 매 여름마다 한두 달 정도를 미국의 사막에서 지냈습니다. 그 사막에서 있었던 일들이 전체적으로 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막에는 위험한 동물이 많습니다. 독거미도 있고, 전갈도 있고, 방울뱀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험한 방울뱀은 목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막에서는 이어폰도 끼면 안 되고 항상 주위를 살피며 조심해야 합니다.
하루는 지금 제 와이프인 이지숙 박사와 모니터링을 하면서 작은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사막에서도 장난은 칠 수 있죠. 그렇게 장난을 치다가 살짝 밀려서 어딘가를 밟았는데 발밑을 보니까 뱀이 있는 거예요. 식은땀이 쫙 났습니다. 원래는 뱀들도 일반적으로 사람을 어느 정도 피하고, 사람 근처에 왔을 때에는 경계하는 소리를 내는데 그걸 전혀 못 들었었거든요.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뱀이 밟혔는데도 물지를 않았습니다. 의아해하며 다시 자세히 보니까 방울뱀은 이미 죽은 상태였습니다. 토끼의 뒷다리만 입 밖으로 나온 상태로요. 방울뱀은 토끼를 먹었고 토끼는 마지막에 반항을 해서 방울뱀을 죽였고 저는 그걸 밟은 거였죠. 어떻게 보면 가장 섬뜩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인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일이 정말 많아요. 생태학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에서 남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필드를 나가서 자연환경에서 조사를 하는 재미가 있는 분야죠.


Q. 교수님께서 식물-곤충 상호작용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좀 더 거창한, ‘왜 생태학을 했냐,’ ‘왜 식물-곤충 상호작용을 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멋있는 대답을 하고 싶지만, 사실은 진로를 결정하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식물이 좋았습니다. 미시적인 세계의 현상보다는 거시적인 현상이 더 흥미로웠고 그중에서 식물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식물 생태 연구실에 가서 식물을 바라보기 시작했죠.
그렇게 식물을 바라보고 식물을 가지고 자연에서 실험을 하는데, 자꾸만 실험을 망치는 외부 요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곤충이었습니다. 실험을 할 때에는 식물을 밖에 심어놓고 방형구를 쳐서 여기는 실험을 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표시를 해 둡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않지만, 표지판을 써놔도 읽지 못하는 동물들, 멧돼지 고라니부터 다양한 작은 초식 곤충들이 들어가서 실험에 영향을 주는 거죠. 저는 분명히 다른 변인을 가지고 실험을 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교란 요소가 들어오니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보다 보니 얘네들은 뭘까, 얘네들은 왜 자꾸 여기 있을까, 식물이랑 얘네들이 도대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식물이랑 곤충을 같이 봐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과적으로 식물-곤충 상호작용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Q. 식물과 동물보다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두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은 동물도 식물과 상호작용을 맺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곤충이 훨씬 더 특이적으로 상호작용을 맺습니다. 가령 돼지풀이 있으면 돼지 풀잎 벌레가 항상 존재하고, 배추가 있으면 배추 특이적인 곤충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제가 동물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 뒤에 식물을 바라봤다면 아마 동물이라는 대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동물과 식물의 관계에 주목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식물들, 특히 작은 식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보다 보니 그 대상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맺고 있는 곤충들에 집중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생 시절의 저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그렇듯 저도 이 길에 오기까지 방황을 했죠. 러시아 문학이 좋아서 관련 전공수업도 들어보고, 자연 다큐멘터리 PD가 하고 싶어서 준비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KBS PD로 일하고 계시는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그분은 제가 지나치게 학문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큐멘터리 PD는 일반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들을 담아야 하는데 저는 너무 제가 좋아하는 것 중심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였죠.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사실은 내가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 아닌 자연을 연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방황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제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종합대학교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님들이 있고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 시절에는 원하는 수업이 있으면 들어보고, 다방면에서 경험을 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교수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와 언제부터 교수가 되기를 희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연구를 하고 싶다’로 시작을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구가 있을 때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고, 뭔가를 더 알고 싶다거나 어떤 현상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생각을 기반으로 해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는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회사의 연구원이 될 수도 있고, 공공기관의 연구원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교육에 더 치중을 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리고 교수 또한 연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 중 하나이죠.
저는 석사를 마무리하면서 교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하고 교류하고 가르치는 것이 좋았고, ‘내 연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자의 길 중에서 교수가 가장 끌렸던 것 같습니다. 연구에 대한 인프라적인 부분은 연구소가 대체로 좋지만, 교수는 굉장히 독립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가 있는 경우에 굉장히 매력적인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질문을 ‘교수가 언제부터, 왜 되고 싶었는가’라기보다는 ‘어떻게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왜 그 중 교수라는 길을 선택했는가’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마다 연구자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길이 되게 다양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각자에게 맞는 길을 잘 찾아나가는 게 중요한 거죠. 그리고 저에게는 그게 교수로서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저는 스스로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메이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학문 전체에서 생태학이 차지하는 부분을 본다면 굉장히 마이너합니다. 요즘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생태학 안에서도 상호작용을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고요. 그런 맥락에서 이 분야 연구를 한다는 것은 계속되는 불안감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 수 있을지 예측이 잘 되지 않고, 예측은 늘 틀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연구를 하면서도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과연 내가 밥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고 끊임없이 불안감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 길이 존재합니다. 교수가 될 수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기관의 연구원이라는 자리가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양한 기회가 있으니 불안감을 느끼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면 잘 이해를 못할 거예요. 왜? 지금 내가 불안하니까.
그러면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뭐냐’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게 나에게 기쁨을 주는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연구자는 연구를 함으로써 얻는 기쁨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하는 연구가 나의 삶에 큰 동력을 주는지를 생각하며 불안감에 흔들리지 않고 연구자의 꿈을 키워나가면 좋겠습니다.


Q. 저는 어릴 때 파브르 곤충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식물과 곤충, 그리고 생태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국의 파브르’라고도 불리는 정부희 선생님의 ‘곤충의 밥상’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이분은 곤충을 중심으로 보다가 ‘곤충들이 뭐를 먹고 살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셨습니다. 저는 식물을 보다가 ‘식물에 곤충이 왜 이렇게 많지?,’ ‘이 곤충들은 무엇을 하는 거지?’라는 질문을 가지고 연구를 하게 된 것이고요. 결국에는 식물이랑 곤충을 같이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사진이 많고 이야기가 굉장히 잘 쓰여 있어서 식물과 곤충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곤충의 밥상’은 조금 두꺼워서 보다 쉽게 접근을 하고자 한다면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싸우는 식물’이라는 책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식물을 정적으로 바라보는데, 식물도 사실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자연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있다면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 도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부희 선생님의 ‘먹이식물로 찾아보는 곤충도감’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자로서, 생태학자로서 저는 다양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연계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태학에서는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라는 게 존재하는데, 생태적 지위가 겹치면 경쟁이 일어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비슷해진 사회에서는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겠죠.
최근에는 학생들의 삶 속에서도 다양성이 많이 사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경쟁이 치열한 곳을 레드 오션, 경쟁이 덜 치열한 곳을 블루 오션이라고 하는데, ‘블루 오션이 뭘까’라고 찾아가서는 안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의 관심사가 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콘텐츠에는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각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 생각보다 아주 다양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길의 끝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생태적 지위가 서로 다를 경우에 공존할 수 있듯, 각자의 관심사와 강점을 살려서 자신만의 ‘지위’를 찾아 다양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신민영 기자 snu_clar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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