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3년 3월 신임교수 인터뷰] 화학부 주상훈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빈문서 빈문서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최지원

* 소속 : 화학부
* 전공 : 재료화학, 나노화학, 촉매 
* E-mail : shjoo1@snu.ac.kr
* Tel : 02-880-6658


Q. 올해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화학부 주상훈 교수님 (사진 =  김채원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1학기 3월에 서울대학교 화학부에 부임한 주상훈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2010년부터 올해 2월까지 13년간 근무했었고, 이번에 서울대학교로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제 이력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학부부터 박사까지는 모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있었고, 2004년에 박사학위를 받은 후 3년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리고는 UC 버클리에서 2007년 여름부터 2년 반 동안 박사후 연구원을 했어요. 2010년 초에 UNIST에 부임했고, 13년이 지난 올해 서울대학교에 부임했어요. 세부적인 연구 내용은 계속 바뀌었지만 박사 과정 때부터 지금까지 수행하는 연구를 관통하는 주제는 ‘불균일 촉매’입니다.
  KAIST에서 박사과정을 할 때는 나노스케일의 균일한 기공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다공성 탄소 물질을 새롭게 합성했어요. 새로운 촉매 담체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죠(왼쪽 그림). UC 버클리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할 때는 눈깔사탕 모양으로 생긴 (웃음) 나노구조 촉매 (오른쪽 그림)를 합성해서 열적 안정성이 우수한 고온 반응용 촉매로 적용했어요.

여러 형태의 나노구조 촉매 (사진 = 주상훈 교수님)


Q.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로, 가장 큰 기쁨은 최고의 학생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같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20세기 초까지는 다빈치, 뉴턴, 아인슈타인 등과 같은 천재가 혼자서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많은 일들을 했다면,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요. 협업의 시대죠. 작게는 연구실 학생들과 같이 공동 연구를 하고, 주변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에 왔다는 것에 감사해요.
  두 번째로, 제 이력을 보면 아시겠지만, KAIST와 UNIST, 이공계 전문 대학에만 20년 넘게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종합대학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웃음) 이곳에 오고 나서 점심때마다 넓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산책을 합니다. 그러다 그날그날 눈에 띄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어요. 자하연 식당, 예술계 식당, 관정도서관 뒤에 있는 분식점 등등.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더라고요. 인문대나 사회대에서 재밌는 강연을 많이 하던데, 지금은 바쁘니까 못 듣지만 방학 때는 기회 되는 대로 들어보려고요. 그런 기회들이 생긴 것도 좋은 점인 것 같아요.


Q. 나노구조를 활용한 고성능 촉매 개발을 목표로 연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나가실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연구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어요. 하나는 촉매, 다른 하나는 나노 물질(재료)입니다. 촉매연구는 시작된 지 수 세기가 된 꽤 오래된 분야이고, 나노연구는 최근 수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대두된 분야입니다. 그런데, 촉매 물질이 알고 보면 나노 물질이예요. 나노다공성 담체에 나노입자가 분산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촉매 연구는 알고 보면 나노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화학산업의 80~90%는 촉매를 이용하여 진행됩니다. 한 마디로 화학산업의 workhorse지요. 촉매는 균일계 촉매, 효소 촉매, 불균일계 촉매로 나눌 수 있어요. 제가 연구하는 쪽은 구체적으로 불균일계 촉매로, 산업에서 쓰이는 촉매 중 80% 이상은 불균일계 촉매예요. 굉장히 유명한 화학 공정들이 불균일계 촉매를 기반으로 개발됐어요. 예를 들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하버-보슈법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1세기 전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새로운 암모니아 합성 촉매와 공정을 개발했고, 이 일로 노벨상도 받았죠. 그런데, 이런 유명한 반응조차도 불균일 촉매의 관점에서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특히, 분자 수준에서 연구할 문제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더 효율적이고 새로운 나노구조 형태의 불균일계 촉매를 개발하고 그 촉매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훌륭한 학생들, 그리고 주변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제가 관심 있는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예요. 원천 연구를 통해 균일계 촉매 같은 수준의 활성 및 선택성을 갖는 불균일촉매를 개발하고, 이러한 촉매들의 새로운 반응성을 탐구하고, 나아가서는 산업계와의 연구 협업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Q. 말씀하신 연구의 결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요?

  에너지 분야 촉매는 연료전지, 수전해장치, 인공광합성 시스템 등 재생 에너지 분야에 전반적으로 응용될 수 있고, 과산화수소나 염소와 같은 기초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촉매는 화학 산업과 살균, 오폐수 처리 등의 환경 분야 등에 매우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어요.


Q. 연구 활동을 하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현대화학세미나 ppt를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시는 주상훈 교수님 (사진 = 김채원 기자)

백금 원자 기반 나노 촉매 확대 사진 (사진 = 주상훈 교수님)

  이 전자현미경 사진에 보이는 물질은 백금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촉매입니다. 지금은 일본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고 있는 저희 연구실 졸업생이 대학원생 시절에 합성했어요. 이 촉매를 만들고 나서, 당시 제 연구실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반응들에 다 써봤는데 효험이 없었어요. 획기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아 너무나 아쉬웠죠. 그 학생도 많이 낙담해서 대학원 생활을 거의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어떤 문헌을 읽고 염소 생산 반응에 이 촉매를 써봤는데 결과가 너무 잘 나왔어요. 그동안 산업적으로 확립된 염소 생산 반응에서는 금속 산화물 촉매를 쓰고 있었는데, 이런 종류의 촉매를 쓴다는 것은 상상을 못 했었어요. 이 결과를 3년 전에 Nature Communications지에 보고했는데, 나름 학계에 반향을 일으키게 됐죠.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경이 있어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입니다.


Q.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사실 연구는 원래 잘 안 풀려요. 야구는 타자가 3할 치면(10번 중에 3번이 안타) 잘하는 건데, 연구에서 3할 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1할만 쳐도 매우 잘하는 거예요. 안 풀릴 때마다 매번 스트레스 받으면 너무 힘드니까 대부분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산책하면서 머리를 식히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샤워할 때나 운전하면서 출퇴근할 때 갑자기 해결책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물론, 그런 경우는 아주 가끔이지만요. (웃음) 막 무언가를 짜내려고 할 때보다 무념무상 상태에서 해결책이나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Q.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화학에, 그 중에서도 특히 교수님의 전공 분야에 흥미를 느끼신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어요.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1학년 말에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데 물리랑 수학 쪽은 아닌 것 같았고, 화학과, 화공과, 재료과에서 고민하다 기초 쪽을 전공하는 것이 나중에 확장성이 있겠다 싶어 화학과를 갔어요.
  KAIST 2학년 물리화학 실험 수업이었어요. 첫 실험이 기초 전자기학 실험이었는데, 이런 쪽은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화학 실험 수업이었는데 전자과에서 하는 브레드보드 회로 꾸미는 실험을 하니까 당황스럽기도 했고요. 엄청 버벅거리다가 오후 1시에 시작한 실험이 밤 12시가 넘어서야 끝났어요. 그때 조교였던 분이 안쓰럽게 생각했는지 기다려 주시고 야식까지 사주셨어요. 그 조교님이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화학과에 계신 김지만 교수님이세요. 그 일이 계기가 돼서 친해졌고, 2학년 겨울방학 때는 그 조교님이 대학원생으로 계시던 유룡 교수님 연구실에 인턴으로 이끌어주셨어요. 그 인연이 이어져서 결국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유룡 교수님 연구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잘 몰랐고, 물리화학 분야에 속해 계셔서 그쪽 연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노다공성 물질을 합성하는 연구를 하고 계셨어요. 연구실에서 지내다 보니, 유기화학처럼 호흡이 긴 연구보다는 훨씬 제 적성에 맞았던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점점 재밌더라고요.
  처음에는 주체적으로 뭔가를 계획하지 않고 우연으로 시작되었던 것에 점점 재미가 붙은 케이스였죠. 중간중간에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난 게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화학을 해오면서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Q.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조용히 혼자 책 읽고, 영화 보고, 메이저리그 야구 시청하고, 그러면서 보냈어요. 대학교 때는 메이저리그를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야구 기자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대학원 시절에는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연구에만 몰두하던 시절이라 뭐 다른 생각이 안 나네요. (웃음)


Q. 그렇다면 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진로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생활을 마치면 대개 교수, 회사 연구원,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데,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막연하게 ‘교수가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했었어요. 교수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와 연구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에서도 프로젝트에 맞춰 연구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 안에서 자유도가 훨씬 높아요. 교수가 되려면 아무래도 좋은 연구 실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텐데, 저는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에 교수가 될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Q. 연구자로서 장기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제일 중요한 것은 후학 양성이라고 생각해요. 훌륭한 제자이자 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예요. 물론 좋은 논문 내는 것이 가시적인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결국 제일 큰 미션은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연구실을 졸업하면 ‘저 랩에서 박사를 하면 뭔가 좀 제대로 된 연구를 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육성하고, 올바른 자세를 가진 연구자를 많이 길러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올바른 자세를 가진 연구자는 어떤 연구자인가요?

  진실한 자세로 진리를 탐구하는 연구자요. 대학원에 가게 되면 교수님들도 마찬가지고,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논문 경쟁이 매우 심해요. 과학 연구의 본질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죠. 저널마다 impact factor라는 숫자가 있어요. 저널의 가치를 숫자로 정량화한 것인데요. Nature, Science처럼 impact factor가 60이 넘는 저널에 논문을 내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그 숫자에 너무 경도돼서 무조건 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에 내려고 하다가 연구의 본질을 잃는 경우가 있어요. 어쩌면 저도 그 경쟁 속에 꽤 들어가 있는지도 몰라요. 앞으로도 저 자신을 스스로 경계하며 연구해야겠죠. 우리는 자연의 원리와 섭리를 탐구하는 사람이지, 숫자를 쫓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 많이 읽으세요. 요새는 유튜브가 지식 전달자 역할을 많이 합니다. 저도 사실 유튜브를 많이 봐요. 유튜브도 지식 전달의 창구로서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길게 여운이 남는 건 책이더라고요. 분야 가리지 말고 책 많이 읽으시면 좋겠어요.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Q.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책 있으실까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이 조지 오웰이에요. 아마 ‘1984’나 ‘동물농장’ 등은 많이 접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 외에도 훌륭한 책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분이 쓴 책 중에 ‘카탈로니아 찬가’나 ‘위건, 부두로 가는 길’도 꽤 좋다고 생각하고, 추천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실 멘토의 말을 듣기보다는 본인을 믿으시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멘토들이 말하는 건 대개 본인 기준으로 경우가 많아요. 나이가 많아지면 경험도 많이 쌓이고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예요. 그래서 교수님들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는 있겠지요. 하지만 결국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해요. 본인만의 단단한 틀을 잡고 본인 스스로를 믿으면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좀 다른 얘기지만, 여기에는 고등학교 때까지 실패라는 것을 크게 겪어본 적 없는 친구들이 많을 거예요. 대학교 때까지도 아마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대학원에 가서 연구할 때 적응을 못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그동안 실패를 안 했던 이유는, 있는 문제를 풀어서 그래요. 우리나라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있는 문제를 푸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그런데 연구는 달라요. 연구는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푸는 거예요. 당황하죠. 없는 문제를 만들어서 풀라니. 내가 만든 문제가 제대로 된 문제인지도 모르고 시작하는 거예요.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계속 실패를 하게 되는 것이죠.
  실패를 했을 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또 그 다음 날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어야 돼요. 뭘 하시든 말이죠. 꼭 대학원에서의 연구 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예기치 않은 일들, 당황스러운 일들이 많이 생길 거예요. 그것을 통 크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최지원

annie040210@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