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3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화학부 이승훈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권서연


*소속: 화학부
*전공: 물리화학, 양자화학
*E-mail: seunghoonlee@snu.ac.kr

*Tel: 02-880-6657 (office)


서울대학교 화학부 이승훈 교수님. (사진=권서연 기자) 2023.09.21.



이번 학기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님으로 부임하신 이승훈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승훈 교수님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들을 물리화학적, 특히나 양자화학적 접근을 통해 관찰하고 연구하고 계신다. 기사를 통해 교수님의 연구 방향성과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조언과 위로도 들어보자.

Q.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23년 9월 서울대학교 화학부 교수로 부임한 이승훈입니다. 물리화학 중에서도 양자화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8년도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학부생으로 공부했고, 2014년도에 지금은 은퇴하신 이상엽 교수님 연구실에서 대학원 생활을 했습니다. 연구실에서 재밌게 연구도 하고, 선배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고… (웃음) 2019년도에는 박사학위를 밟고 미국 캘리포니아 칼텍에서 박사후 연수과정 (post doctor)을 거쳤습니다. 


Q.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거의 10년 넘게 자연과학대학 500동에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집보다도 더 편한 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독립적인 커리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그리고 너무 좋은 교수님들, 친구들과 연구를 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교육자로서는, 잘 가르쳐야겠다는 부담감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잘 못 가르쳐도 (학생들이) 다 똑똑하니까 잘 따라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Q.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는 전자가 이동하는 화학반응을 양자화학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자가 이동하는데 왜 양자화학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A에서 B로 전자가 이동한다고 할 때 고전적으로는 전자가 날아가서 B로 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A에 있던 전자가 갑자기 B로 순간이동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전자가 어디로, 얼마나 빠르게 갈지 등등을 확률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저의 연구 분야입니다. 


Q. 보통 실험이라고 하면 물리적인 실험을 많이 떠올리는데, 교수님의 양자화학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기본적으로 전자가 양자화학적으로 어떻게 바뀌는지를 이해하려면 화학부 학생들은 조금 싫어하는 (웃음)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방정식을 너무 정확하게 풀려고 하면 계산량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 모델을 바탕으로 방정식을 푸는 여러 방법들, 즉 Electronic Structure Theory (전자 구조 이론)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나 어떤 상황에 맞춰 만들어진 좋은 모델을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연구 방식이 교양 화학실험 때 하는 계산화학실습과 조금 비슷한 것 같네요.

그렇죠. 그런데 교양에서 하는 것들은 분자를 하나씩 관찰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실제 시스템과 거의 비슷한 형태를 모델화하는 것입니다. 


Q. 그렇다면 물리적인 실험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런 계산 도구 (computational tools)를 사용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장점은 눈에 보인다는 것입니다. 감으로 실험할 필요 없이 우리가 원하는 분자를 만들 수 있고, 시간에 따른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으며, 원하는 대로 조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물리적인 실험에서는 실제적인 한계 때문에 관찰이나 측정이 어려운 반응들이 있는데, 계산을 이용하면 그런 단점이 없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분자에 빛을 쏘고 싶다고 했을 때, 빛을 가상으로 쏘아보고 그로 인해 분자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광 (spectroscopy)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찰할 수 있죠. 게다가 실험적으로는 보통 에너지가 많이 낮은 형태만 측정이 가능한데, 실제 화학반응에서는 에너지가 높은 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 때문에 그 중간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계산화학이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 양자화학 계산의 단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특정 화학반응을 모델화한 것이 실제 시스템과 비슷하게 시뮬레이션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하고, 비교해야 하고, 실제와 더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Q. 교수님께서 전이 금속 착물 (transition metal complexes)과 촉매에 대해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연구하게 되셨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예시가 있을까요?

전이 금속 촉매는 d-orbital들이 비어있다 보니까 전자를 다른 데에서 빌려오기도 하고 전자를 빌려주기도 하는, 전자 이동이 많을 수 있는 재료/분자 시스템입니다. 이런 특징이 정말 재밌는 화학을 만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전이 금속 촉매를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실제 생물체 내에서도 전이 금속 착물을 통한 촉매 반응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nitrogenase라는 효소의 활성 부위에 FeMo cofactor (철과 황이 뒤섞여있는 거대 금속 클러스터)가 있는데, 이것이 질소 기체를 암모니아로 환원해 주는 반응에서 촉매로 활용됩니다. 질소 분자의 inert 한 삼중결합을 깨고 단일결합을 만들면서 프로톤이 질소에 붙어야 때문에 화학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반응이죠. 그럼에도 도대체 전이 금속 촉매가 상온 상압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결국에는 이 금속 클러스터가 전자를 얼마나 잘, 그리고 어떻게 주고받느냐를 먼저 이해해야 반응이 왜 일어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배터리의 양극제가 산화 전이 금속 산화물로 되어있거든요. 그런 양극제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동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전이 금속이 어떻게 전자를 이동시키는지를 양자역학적으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물성을 가지는 반도체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이런 연구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Q. 교수 소개 홈페이지에 언급된 many-body electronic structure methods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 단어가 제 연구를 핵심적으로 잘 표현해 줍니다. 결국에는 전자 구조 이론이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푸는 방법입니다. Many-body라고 하는 이유는 분자 안에 많은 전자와 핵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이 방법으로 하고 싶은 것은 전이 금속이 들어간 분자들에 특화된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만들어 다양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Q. 발행하신 논문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처음, 두 번째 그리고 최근에 낸 논문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처음 발행한 논문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제가 가장 열정적으로, 밤낮 가리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한 것에 비해 생각보다 연구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널로부터 거절 (reject)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에는 논문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거절로 인해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연구자의 길이 내 길이 아닌가 싶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던 시기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두 번째 논문은 성공적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진지하게 다른 길을 찾아볼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도 교수님께서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연구가 원래 쉬운 것이 아니라며 타일러 주셨습니다. 논문은 광학 반응을 연구에 있어 제가 발견한 최적화된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기존에 존재했던 방법들보다 더 효과적이었고 많이 응용되면서 크게 각광을 받게 됐습니다. 그 후 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더 많은 논문도 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 낸 논문은 주제와 과정 모두 독특하면서도 유익했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정말 더 좋은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을 했거든요. 그것에 대한 대답을 한번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이전 콘퍼런스에서 만난 분들을 포함하여 18명이라는 정말 많고 다양한 분야에 계시는 분들 (교수님, 물리화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컴퓨터공학자, 연구기관이 아닌 회사에 계신 전문가 등)이 모여서 하나의 문제를 다뤘던 경험이 독특했고 재밌었습니다. 시각이 넓어지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부 때 물리화학을 전공해야겠다 생각했던 이유는, 1학년 때 일반화학실험을 하고 2학년 때 전공 실험을 하면서 내가 똥 손이구나, 내가 실험을 해서는 다른 친구들과 경쟁이 안되겠구나 싶어서였습니다 (웃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두 번째 이유는 컴퓨터 계산 능력이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많이 뛰어넘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람이 만약 좋은 알고리즘을 컴퓨터에게 주게 되면 사람보다 더 좋은 예측을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물리화학 전공을 생각하게 되었고요.
대학원에 들어가서 양자화학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지도 교수님이 주신 첫 프로젝트가 양자화학이라서 그렇습니다 (웃음). 그렇지만 연구를 계속하면서 점점 더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Q. 그 분야에서 특별히 흥미를 느끼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눈으로 직접 반응을 보고 계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또 저는 예전부터 수학 문제 풀듯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 해석하는 일을 좋아해서, 양자화학에서도 왜 그런 반응들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이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은데, 연구라는 것의 특징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100프로 알 수 없다는 것이에요. 지도 교수님들이 원하는 큰 그림은 우리가 알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연구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는데,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기에 너무 낙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런 것도 연구의 일부이고,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지 생각해 보고 극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말고, 연구를 열심히 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Q.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생뚱맞지만 저의 MBTI는 INFP거든요 (웃음). 그래서 조용하고, 소심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계획이 많지는 않은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대학원 때도 교수님들의 지도 방향을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이후 박사후 연수과정을 거치면서 저도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Q. 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이것도 어떻게 하다 보니까 (웃음).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최선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까 교수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을 하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내가 만든 그룹과 함께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교수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Q.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앞서 말했듯, 낙심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Q.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도 일 년 정도 전에는 진로를 고민하던 학생이었죠 (웃음). 내가 하고 싶다는 일이 없을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에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 걱정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상황이 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다 잘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08학번인데, 제 동기들 다들 잘 살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가고 싶은 길을 묵묵히 따라가시면 좋은 결과들 있을 겁니다. 


Q. 특별히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학부생 때 교수님들과 밥을 먹는 자리를 가진 적 있는데, 그때 정택동 교수님께서 “너희들 너무 부럽다!”라고 하셨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수가 왜 학생들을 부러워할까 싶어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너희들은 젊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실패를 하든 그것은 실패가 아니고, 계속 시도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너무 부럽다”라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MBTI P인 입장에서 (웃음) 너무 위로가 됐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도 되겠구나,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들이 축적되어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하고 싶은 일들을 많이,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자기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너무 좋은 시간이거든요!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권서연 기자 tjdus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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