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3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과학학과 김정은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신민영



* 소속: 과학학과
* 연구분야: 과학정책
* E-mail: jkim12@snu.ac.kr
* Tel: 02-880-6553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김정은 교수님. (사진 = 김정은 교수님)



과학을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이라면,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고 과학을 활용하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과학정책 연구자의 역할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과학기술정책 및 환경정책에 대한 연구를 하고 계시는 과학학과 김정은 교수님을 인터뷰하였다.



Q. 얼마 전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9월에 서울대학교 과학학과에 새로 부임한 김정은이라고 합니다.저는 한 분야에 머물기보다는 다양한 곳에 관심을 두고 공부해 온 사람으로, 학부 때 환경공학을 전공한 뒤 행정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교수로서는 홍콩대학교에서 6년가량 있었고, 한국에 들어와서 건국대학교에 재직하다가 이번에 서울대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오게 된 지금 굉장히 들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서 훌륭한 학생들을 만나고 훌륭한 교수님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고,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무척 기대됩니다.


Q. 과학기술정책 및 환경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과학기술과 환경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분야의 접점에서,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을 위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효과, 특히 개발도상국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이전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정책 디자인이 효과적인지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동안은 국가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위주로 살펴보았는데, 앞으로는 우리나라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연구에 더불어, 대한민국 내 신재생에너지의 전파와 정책적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연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Q. 교수님께서 과학정책 연구를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 분야에서 특별히 흥미를 느끼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과학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공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교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환경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학 정책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석사 논문 프로젝트에서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시민 참여와 과학 기술의 역할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정책 쪽으로 시야가 트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관심사를 확장하고 구체화하면서 과학정책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과학 정책은 각각의 정책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정책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과학기술정책만으로는 과학기술 문제와 관련된 사회 현상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분야의 정책들이 각자가 목표하는 방향으로 실행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효과가 나타나고, 이 효과가 실제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책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정책 연구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재미있듯, 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책들을 살펴보고 연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Q. 과학정책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사회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학이라는 기반이 잘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날이 갈수록 사회 속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과학정책은 과학 연구와 과학기술의 활용이 윤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특히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학 비전공자로, 과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과학정책 분야를 따로 연구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과학 분야에서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시행된 정책의 효과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등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과학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학정책 연구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나요?

정부가 펼치고자 하는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면,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 비중 있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먼저 요청을 하는 경우도 많고, 이 경우 정책에 연구 결과가 빠르게 반영됩니다. 그러나 그 외에 연구자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진행하는 개별적인 연구들은 비슷한 주제의 연구들이 많이 모였을 때에만 영향력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개인이나 팀의 연구를 모아 펴낸 것으로, 여러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여 하나의 큰 결론을 제시하며 각 나라의 환경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기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Q. 과학정책 연구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정책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책의 형성과 변화에 대한 연구로, 정책 행위자들의 역할과 그들의 상호작용에 대해 조사하고,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나 집단이 결정을 내리는 데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책의 효과에 대한 연구입니다. 정책이 실행되었을 때 의도한 효과가 나타났는지 검증하고, 기존에 예측하지 못한 다른 효과가 생겨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정책 연구를 진행할 때에는 주로 사회과학적인 접근방식을 취합니다. 과학정책도 정책 연구의 한 분야로, 과학처럼 실험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사람을 대상으로 인터뷰나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도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는 통계학과의 연구 방식과도 유사한 것 같네요.


Q. 정책이 실행되었을 때 기존에 예측하지 못한 다른 효과가 생겨나는 경우에 대해서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기차는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한때 캘리포니아에서는 주민들의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결과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예상외의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전기차의 증가로 석유의 수요가 줄여 고속도로 유지비로 사용되던 석유세(gasoline tax)가 충분히 걷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전기차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여 고속도로 유지비를 충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정책이 시행되고 기대했던 효과도 나타났으나, 예상 범위 밖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를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때에는 기대 효과는 달성하지도 못했는데 부작용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발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과학정책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Q. 연구를 진행하시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런 상황에서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과학정책 연구를 하며 저는 늘 어려운 상황을 마주합니다. 원하는 데이터를 구할 수 없거나, 인터뷰이가 인터뷰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열심히 연구해서 발표한 논문에 신랄한 비판이 쏟아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곧바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버텨야 합니다. 자신의 루틴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꾸준하게 계속해 나가다 보면 돌파구를 찾게 되어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교수의 길을 걷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교수가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제가 다닌 맥스웰 스쿨(대학원)에서는 대부분 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직으로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기에 저도 큰 고민 없이 교수의 길을 걷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책을 연구하다 보니 정부가 관심을 가질만한 범위 내에서 연구를 할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나이를 먹을수록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신선한 생각들로 저에게 자극을 주는 젊은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Q.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이와 같이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과학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과학자들은 과학과 관련된 정보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결과를 해석하고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과학자의 역할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연구 결과와 관련된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것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자로서는 과학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에는 ‘과학자’나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시민으로서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는 정해진 답이 없고, 나중에 제 생각이 바뀌게 될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과학자가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와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한다면 아마 과학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겠죠? 본인이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탐구하고 스스로 공부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수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관심 가는 분야의 책을 읽고 정리를 하거나, 관련된 세미나가 있다면 가보는 등 방식은 어떤 것이든 좋아요. 새로 공부하고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서 한 번씩 정리해 보며 자신만의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야가 자신에게 맞는지 파악하고, 더 나아가 특별하게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좁혀나갈 수 있을 거예요.

Q.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뭐가 됐든 일단 해 보세요. 생각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접 해 봐야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은 괜찮아요. 거기에서도 배울 점이 있거든요.
그리고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을 보거나 여행을 하는 등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그러면서 지금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은 대부분 과학을 좋아해서 전공을 선택했을 텐데, 대학교에서 더욱 재미있게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과학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신의 전공에만 한정되어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며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보는 것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대학이라는 환경이 가지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수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무엇을 하든 보호받을 수 있을 때 많은 경험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신민영 기자 snu_clar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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