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3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수리과학부 변성수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배주영


*소속: 수리과학부
*전공: 확률론, 복소해석학
*E-mail: sungsoobyun@snu.ac.kr
*Tell: 02-880-6540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변성수 교수님. (사진= 변성수 교수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변성수 교수님. (사진= 변성수 교수님)

  이번 학기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 교수님으로 부임하신 변성수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성수 교수님은 무작위 행렬 이론(Random Matrix Theory)과 무작위 등각 기하학(Random Conformal Geometry)에서의 보편성 원리(Universality Principles)를 연구하신다. 이것이 무엇인지, 또 더불어 교수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지니시고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남겼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38월부터 서울대 수리과학부에 부임하게 된 변성수입니다. 저는 수리과학부 11학번으로 입학을 했었고 15년도에 졸업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 15년도에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해서 21년도 8월에 박사를 받고 졸업을 했습니다. 111개월 동안 고등과학원과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에서 다소 짧은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이번에 교수로 부임했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저는 이제 입학하고 나서 정확히 10년 반을 서울대 학생으로 있다 나왔습니다. 나오고 이제 2년 좀 안되게 다른 곳에 있다가 돌아오다 보니 저한테 사실 굉장히 익숙한 곳이고, 그래서 고향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또 오랫동안 학교에 있던 곳에 교수로 있으니까 좋기도 하고 재미있는 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금 쓰는 연구실도 제가 굉장히 잘 아는 분이 쓰시던 방입니다.

3.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확률론과 복소해석학이고, 이 중 메인은 확률론입니다. 확률론은 최근 들어서 여러모로 각광받고 있고, 저는 무작위 행렬 이론을 연구하고 있고, 또 각을 보존하는(등각) 변환(간략하게 함수라고 이해하면 편하다)에서의 기하학적인 성질들을 확률이 있는 상황(무작위 등각 기하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무작위 행렬 이론에서는 확률(랜덤한) 행렬에 있는 통계적인 성질들, 대표적으로는 고윳값(eigenvalue)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기원이 통계 아니면 물리라고 보통 얘기를 합니다. 연구도 유진 위그너라는 노벨상을 받았던 물리학자의 작업물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언급한 고윳값이라는 것이 물리학자들이 보기에는 어떤 에너지를 잘 기술하거든요. 가령 위그너는 아주 무거운 핵 원자의 에너지 레벨이 어떤 행렬의 고윳값으로 잘 기술 될 수 있다고 관찰했고, 이후 그런 것들에 대한 성질들을 수학적으로 잘 연구하는 것이 주제가 되었습니다. 또 통계에서는 인구 모형(Population Model)과 같은 것들을 모델링 할 때 행렬 모형이 잘 쓰입니다. 이때 아주 많은 경우에 랜덤한 오차 같은 것들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무작위 행렬 이론이 자주 쓰입니다. 이처럼 무작위 행렬 이론은 수학, 물리, 통계, 심지어 공학에서도 쓰입니다. 수학자들은 이런 성질을 엄밀하게 정립하는 것을 요구하지만, 역으로 이것을 연구하기 위해서 또 수학이 발전하기도 합니다. 
  무작위 등각 기하학도 비슷하게 물리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차원 통계 물리 모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령 자성을 띠는 어떤 물체의 모형, 침투 모형 등이 그 예시입니다. 그 모형들의 “limiting behavior”(변수가 극단적으로 커지거나 작아질 때의 함숫값)가 놀랍게도 각을 보존하는 성질이 있다(Conformal 하다)”는 추측이 등각 장론(고등 물리에서 다루는 양자장론의 2차원 버전)으로부터 많이 예측이 됐는데, 이것을 잘 기술하려면 수학적으로 무작위 등각 기하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무작위 행렬 이론과 무작위 등각 기하학은 기본적으로 물리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나온 것들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기술하고, 증명하고,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4. 교수님께서는 전공이 확률론과 복소해석학, 2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핏 봐서는 완전히 다른 분야처럼 느껴지는데, 혹시 두 분야 사이에 연관성이 존재하나요

  애초에 등각 기하학 자체가 복소해석학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무작위 행렬 이론에서도 어떤 행렬에서의 고윳값을 연구할 때 특정 함수론, 특히 복소 함수론의 방법들을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기본적으로 풀고 싶은 문제는 확률론에 있는 문제인데, 이것을 푸는 과정에서 복소해석학적인 기법을 많이 씁니다.

5. 교수님께서는 무작위 행렬 이론과 무작위 등각 기하학에서의 보편성 원리에 대해 연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보편성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CLT(중심 극한 정리)가 사실 보편성 원리를 보여주는 가장 첫 번째 예시입니다. CLT가 간단히 말해 평균을 빼고 분산을 통해 적당히 변환해줬을 때 항상 표준정규분포가 나온다,”인건데, 처음에 확률변수가 따르는 분포가 임의의 분포여도, 표본의 크기가 커질수록 표준정규분포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한 점이잖아요. 그래서 뭔가 보편적인 것(여기서는 표준정규분포)이 나오고, 이것이 보편성 원리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보편성 원리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CLT에서 계속 랜덤 변수를 점점 많이 더해야 표준정규분포로 가는 것처럼, 충분히 시스템이 복잡할 때 무작위한 인풋이 충분히 다양하면, 각각의 디테일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확률론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2014년도에 필즈메달을 수상한 마르틴 하이러라는 확률론을 하시는 교수님이 계신데, 그분은 이제 과격하게 확률론이란 보편성(Universality)을 연구하는 분야다정도까지 얘기를 하십니다.

6. CLT는 통계학 수업에서 기초적으로 다뤄지는 이론인데, 무작위 행렬 이론, 무작위 등각 기하학에서 연구되는 보편성 원리도 통계학에서 응용될 수 있나요?

  통계학에서 당연히 응용이 됩니다. 보편성은 수학자들이 증명을 하고 싶어 하고 수학이 아닌 분야에서는 이것이 보편적일 것이다(Universal할 것이다),”라고 믿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어떤 복잡한 모형을 생각했을 때, 결과를 알고 싶잖아요. 보편성 원리라는 것이 아주 간략하게 얘기한다면 디테일은 상관없다는 것이니까, “디테일과 큰 상관없이 우리가 대충 예측할 수 있다정도의 철학을 가지고 물리학, 통계학에서 이용하기도 합니다.

7. 교수님께서 연구를 진행하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공동 연구를 합니다. 비전문가가 생각하는 수학자라는 직업은, 혼자서 연구를 하고, 깊이 파고드는 모습일거라고 예상됩니다. 그것도 맞지만, 요즘은 수학이 너무 발전을 많이 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알기가 어렵기에, 현대 수학은 상호작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집단지성이 모였을 때 서로 다른 배경이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공동 연구를 합니다.  

8.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연구를 할 때 당연히 모든 것이 그렇지만, 어떤 연구는 세상의 관심과 집중을 정말 잘 받기도 하고, 어떤 거는 제 기대만큼 못 받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연구 하나하나는 다 진심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딱히 뭐가 기억에 남는다고 얘기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지금 하고 있는 연구에 가장 중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9.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고,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 등각 기하학은 제가 박사를 할 때 지도교수님이셨던 강남규 교수님께서 완전히 전문가셨거든요. 그래서 그쪽을 좀 공부하게 됐고 박사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무작위 행렬은 이제 제가 여기서 대학원으로 있을 때, 서울대랑 독일에 있는 빌레펠트 대학교랑 같이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거의 일환으로 독일에 굉장히 많이 갔습니다. 거기에서 제 멘토가 있었는데, 제 멘토 교수님이 무작위 행렬의 대단하신 전문가여서 약간 달라 보이는 두 개 분야를 같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 그 분야에서 특별히 흥미를 느끼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가 학부 때는 복소해석학을 굉장히 재미있어 했습니다. 복소해석학 자체의 연구는 전통과 역사가 깊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반대로 얘기하면, 현재 복소해석학 자체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복소해석학 연구는 모두 무언가와 같이 합니다. 대표적으로 정수론이 있습니다. 실제로 리만 제타 함수를 연구하는 게 사실은 거의 복소 함수론이기도 하거든요. 이때 제가 하는 분야는 확률론에서도 복소해석학을 쓸 수 있는 분야여서 제가 특히 좋아합니다. 

11.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본인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어떤 분야가 각광받는 분야인지, 어떤 분야가 내가 좋아하고 내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분야인지 등의 것들은 알아보는 것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알아보고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뛰어들었을 때는 본인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합니다. 특히 박사를 받는 순간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하는 것에서는 자기가 최고의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가 정말 세계 최고의 전문가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만큼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12. 학부,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학부 때는 사실 굉장히 자유로운 스타일이었어요. 동아리 활동 같은 걸 굉장히 많이 했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면 저는 그게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학부 1, 2학년은 정말 열심히 놀아서 공부를 진짜 안했고요, 3, 4학년 때는 모든 학부 과정이랑 대학원 1학년 과정까지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대학원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학부생 때에는 뭘 해도 상관없는 학생이고, 대학원생은 기본적으로 스스로에게 세미-프로의 마인드를 장착시켜야 하는데, 저는 나름대로 그런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원 시절은 정말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학생 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13.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사실 대부분의 연구는 뜻대로 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인드를 장착을 해야 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모든 게 다 잘 되면 그게 안 좋고, 너무 쉬운 문제를 골랐다고 생각을 해야 됩니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지만 제 경우에는 공동연구를 합니다. 다른 시각을 가진 전문가랑 같이 얘기하며 문제를 보거나, 아니면 심지어 그냥 이 사람한테 내가 뭐가 어려운지 설명만 해도 문제가 풀리기도 합니다. 물론 혼자서 열심히 해서 풀었던 경우도 상당히 많지만, 더 많은 경우는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면서 풀었던 것 같습니다.  

14. 학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교수님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좋습니다. 머니볼은 브래트 피트가 주연이고, 야구를 소재로 곁들여서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굉장히 고생도 많이 하는 것 같고, 특히 더 많은 압박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근데 이제 야구로 비유하자면, 본인이 홈런을 치고도 쳤는지 모르는 케이스들이 있어요. 머니볼에서는, “어쩌면 이미 우리도 홈런을 쳤는데도 모른 체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일들이 있을 수 있다라는 메시지가 있어서, 학생들이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15.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는 무조건 자기가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무언가를 모르는 게 당연하기에, 이때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어떤 길을 걷고 싶다, 예를 들면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했을 때도 너무나 많은 선택의 길들이 있습니다. 가령 지도교수를 어떤 분으로 할지도 자기 인생이 걸린 굉장히 중요한 선택입니다. 이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면 생각보다 잘 해결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모든 정보를 다 얻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가장 편하고 확실한 거는 선배들한테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교수님의 스타일이나 연구 같은 것을 혼자서 알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저는 어떤 교수님이 궁금했을 때 그곳에 있는 대학원생, 그중에서도 박사학위에 가까운 대학원생에게 그냥 연락해서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려줬습니다. 결론적으로 혼자 고민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랑 같이 고민을 나눠야 합니다. 생각보다 이미 많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훨씬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잘 흡수하는 게 중요합니다. 

16.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대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학교의 수준이 굉장히 올라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근데 서울대 소속이 됐을 때, 본인이 이런 집단에 구성원으로 있다는 게 엄청나게 큰 메리트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거든요. 너무나 익숙해지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학부 때는, 학점 잘 맞고 이런 거 중요하죠. 그렇지만 제 기준상,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많은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특히나 서울대는 종합대학이니까 어떤 걸 공부해 보고 싶다고 하면은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가령 다른 전공 수업도 그냥 궁금하면 한번 그냥 들어보는 거죠. 저는 학생 때 갑자기 궁금해서 고고학 수업도 그냥 들어봤는데, 제가 학점을 신경 썼다면 이렇게 못 했겠죠. 물론 친구들이랑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봤다같은 것도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동아리 활동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정말 학교를 집처럼 생각했거든요. 저는 학생회관에 있는 동아리방 같은 데서 정말로 먹고 자면서 거기 사람들이랑 같이 어울리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지나고 보면 사실 그런 경험들이 더 재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벌써 제가 학교 다녔던 것도 10년이 돼서 저와 학생들의 가치관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저는 그냥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배주영 domi3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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