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대학 연사 초청 행사]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과학 소통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조민정
자연과학대학 28동에서 진행된 자연과학대학 연사 초청 행사의 포스터. (사진=제 41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 [혜성] 인스타그램 게시물)
2024년 9월 3일, 자연과학대학 28동 101호에서 제 41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 [혜성]과 ‘안될과학’이 주최하는 자연과학대학 연사 초청 행사가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과학 소통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를 주제로 과학 문화와 과학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이선희 부학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민정 기자. 2024.9.3)
이선희 부학장은 개회사를 통해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연사 초청 행사가 성황리에 열린 것을 축하하며 학생회의 노고를 치하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창의력을 갖추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기성 세대의 의견에 맞서 당당히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이를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연사 궤도가 강연의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민정 기자. 2024.9.3.)
이어서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가 ‘과학 소통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연사 궤도는 한국천문연구원 석사 연구원이었으며, 현재 과학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Unrealscience’의 멤버로 활동하는 중이다. 그와 동시에, ‘궤도의 과학 허세’와 같은 과학 교양서 저술,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대중이 과학을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과학은 일반적인 문화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궤도는 이 질문에 답하였다. 대중 문화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반복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이다. 그러나 과학은 성장하면서 성적과 경쟁의 문제로 이어져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써 즐길 수 없게 되고, 한 번 학습하고 나면 이전의 것을 반복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어서 그는 과학자와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차이점을 언급하며, 과학 소통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을 다시 대중 문화의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과학자가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낸다면,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그 성과의 의미를 설명하여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관심은 성과에 대한 주목으로, 이는 다시 연구에 대한 투자와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대중이 과학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 또한 과학 소통의 목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왜 과학자가 직접 과학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일까? 과학자가 직접 자신의 분야로 대중과 소통할 때 진정성 있는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한 투자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출발하므로, 과학 소통은 실질적으로 과학자들을 도울 것이라고 그는 역설했다. 이어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받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주는가로 결정된다”며 “여러분이 만드는 과학 기술들, 성과들은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소통으로 더 많은 것을 대중과 나누게 된다면 얼마나 가치가 있을 것인가”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사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궤도 연사.
(사진=조민정 기자. 2024.9.3.)
열렬한 박수와 함께 강연이 마무리되고,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었다. 사전 질문과 현장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는데, 강연 주제와 관련된 질문뿐만 아니라 연사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질문 등도 들을 수 있었다. 아래에 강연 내용에 관한 사전 질문 중 하나를 실었다.
Q. 과학 소통이 정치 혹은 기업 등의 이해관계에 의해 대중의 지지를 얻고자 의도적으로 과장될 때, 그것이 과학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또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것’, 이것이 과학 소통의 목적입니다. ‘과학 소통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되어 표현된다’라는 건 멋진 일입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과장해도, 대중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어설프게 알면 위험하다’는 말입니다. ‘어설프게 아느니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라는 말 때문에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아요. 어설프게 아는 것처럼 보일까봐, 아무도 과학 기술에 엮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설프게 알면 그만큼 아는 거예요.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 그게 더 위험할 수가 있죠? 제일 위험한 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에요.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알리는 겁니다. 가능한 최선을 다해 알려야 돼요. 그게 과장되어 표현될지 몰라도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돼요. 그게 결국 과학계에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과학자들조차도 ‘이건 조심해야 돼. 너무너무 위험한 일이야. 절대 대중이 이거를 말하게 해선 안 돼.’라는 자세로 간다면 우리 모두는 대중에게 외면을 받을 거예요.
누군가 이상한 소리를 하면 알려주세요. 저는 이상한 소리를 누군가 한다면 가서 이렇게 말해요. “제가 충분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 제가 더 많은 정보를 더 드리겠다.” 결국 그들이 이상한 말을 하는 건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과학자들이 정보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대중이 과학을 좋아하게 만드는 겁니다. 과학 자체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위험? 과학의 신뢰성은 훼손이 잘 안됩니다.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일단 듣게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을 열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토론의 장이 열리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너그러워지세요. 그게 되게 중요합니다. 아시겠죠?
이번 강연을 계기로 ‘과학 문화’라는 개념과 과학 소통에 대한 강연자의 철학을 알 수 있었고,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강연과 질의응답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과학 분야의 발전과 과학적 사고의 확산을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강연이 학생들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과학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은 2016년부터 명사 초청특강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기존 명사 초청 특강이 자연과학대학 주최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행사는 제 41대 자연과학대학 학생회에서 기획하고 주최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했다. 행사 기획과 주최를 담당한 [혜성]의 교육국장에 따르면, 본 행사는 기존과 다른 유형의 연사를 초청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한다. 강연 주제 또한 ‘과학 소통의 쓸모’로, 많은 학우들이 과학을 연구뿐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왔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행사였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자연대 (학생회)에서는 처음 진행하는 연사 초청 행사였는데, 든든한 스태프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과학의 대중화’가 이번 강연을 통해 제대로 전달되었는데, 앞으로 이러한 행사가 계속해서 진행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본 행사는 비단 자연과학대학 뿐만 아니라 타 단과대학의 학생들까지 많은 관심을 가지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강연 이후 진행한 연사 초청 행사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70명 중 약 43%(30명)은 자연과학대학 학생이고, 나머지는 타 단과대학의 학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사범대학이 약 13%(9명), 공과대학이 10%(7명)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응답자(84.3%)가 ‘강연 내용이 흥미로웠다’고 답변했으며 강연 수준 또한 적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답변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행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강연장의 넓이나, 강연 시간, 사전 준비 등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러한 부분을 더욱 개선하여, 앞으로도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이 자연과학에 친숙해지며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학생회의 연사 초청 행사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조민정 기자 hidra0411@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