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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자연과학 공개강연]과학자의 꿈과 도전: 과학의 탐험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이다인

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서울대학교 종합체육관에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시민과학센터, 카오스 재단이 주관하는 제32회 자연과학 공개강연이 개최되었다. 자연과학 공개강연은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연과학 석학들이 진행하는 강연을 통해 과학의 대중적 이해와 흥미를 높이는 행사이다. 대주제는 ‘과학자의 꿈과 도전: 과학의 탐험’으로 3개의 강연과 1개의 대담에서 각각 남극, 입자, 수, 북극을 주제로 4명의 과학자가 강연을 진행했다. 사회는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 이대한 교수가 담당했다.

 유재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의 환영 인사 후 첫 번째 강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의 남극 탐험기로 강연이 시작되었다. 주제는 ‘빙하에 숨겨진 공기 방울’이었다. 빙하 속 공기 방울을 이용한 기후 연구의 중요성, 남극을 연구하는 방법, 공기 방울을 통해 실제로 알아낸 과거의 기후 사례, 안진호 교수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연구의 순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연에 따르면 두껍게 쌓인 눈이 빙하가 되면서 눈송이 사이의 공기들도 함께 퇴적되고 이 공기 방울들은 과거의 대기를 보존하는 타임캡슐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빙하를 깨뜨리거나 혹은 녹였다 얼리는 등의 방식으로 공기 방울을 빙하와 분리한다. 소량의 공기로 농도 및 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빙하기, 간빙기의 기후변화와 온실가스가 밀접한 관계를 맺음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최근 100년의 전례 없는 급격한 기온상승이 화석연료 사용이라는 인위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인위적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육지와 해양의 시스템이 배출량 감소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남은 이산화탄소가 전체 이산화탄소 순환에 영향을 주는 피드백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성이 있다. 안진호 교수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이산화탄소 연구의 핵심이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증거하는 빙하 속 기록임을 강조했다.

[사진1] 이산화탄소 피드백을 설명하는 안진호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남극에서 빙하를 시추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설명하면서 안진호 교수는 영상 속 빙하의 특성에 대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강연을 이어갔다. 빙하 속에 10% 정도 들어있는 과거의 공기 방울이 대기압과의 압력 차이로 인해 터지는 소리, 서로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받음으로써 편광판에서 알록달록하게 나타나는 여러 개의 얼음 결정, 원통 모양의 금속 방으로 빙하 코어를 시추하는 과정을 청취자들은 영상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다.

[사진2] 빙하 코어 시추 과정을 설명하는 안진호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안진호 교수는 빙하 연구로 알아낸 실제 과거 기후의 사례를 여럿 제시하였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제시된 가설이 입증된 사례, 빙하 속 아산화질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하여 온도상승이 인위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밝혀낸 사례, 빙하 속 화산재를 분석하여 백두산 대폭발이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이 적었던 이유를 밝혀낸 사례가 차례로 등장하였다.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해수의 심층 순환 약화로 인해 북반구가 급격히 빙하기를 맞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물론 영화와 변화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그린란드 빙하에서 산소동위원소 분석으로 남반구가 따뜻할 때 북반구가 차가워지는 가설이 확인되었다. 아산화질소는 질량수가 다른 두 질소를 갖고 있어 비대칭적인 진동을 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온실기체 역할을 한다. 인위적으로 생성된 아산화질소의 동위원소는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보다 동위원소비가 작은데, 빙하 속 아산화질소의 동위원소를 분석했을 때 동위원소비가 낮아지는 시기와 아산화질소의 인위적 방출량이 증가한 시기가 일치한다. 이는 비료 사용이 온도상승의 원인임을 보여준다.

[사진3] 비료 사용으로 방출된 아산화질소가 온도상승의 원인이었음을 설명하는 안진호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946년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규모가 큰 폭발이었음에도 거시적인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백두산의 화산재가 7000km를 날아 그린란드 빙하에 퇴적된 것을 분석한 결과, 화산재의 주요 화학성분인 황이 오존층 위로 올라가진 않아 그것의 영향력이 적었다는 것을 밝혀냈다. 
마지막으로 기후 연구와 빙하 연구의 한계와 해결책을 설명하며 안진호 교수는 달성하고 싶은 목표를 전했다. 현재까지의 해저 퇴적물 연구로 과거 200만 년 동안의 기후를 추적한 결과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4만 년에서 10만 년으로 변한 것을 알게 되었으나 여전히 왜 주기가 변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모델의 정확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과학계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빙하 연구에는 심부의 지열 때문에 80만 년 전의 빙하가 남아있는 빙하 중 가장 오래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과학계는 100만 년 이상의 연대를 가진 빙하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보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심부 빙하가 표층으로 상승하여 형성된 블루 아이스를 찾는 것이 있다. 이외에도 안진호 교수는 빙하 공기 방울 속 광화학적/생물학적 반응에 의한 온실가스 생성 및 소멸반응, 알래스카 동토층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연구를 통한 유로파 등의 외계 위성 연구에도 관심이 있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사진4] 현재 빙하 연구의 한계를 설명하는 안진호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강연 후에는 3개의 사전 질문과 플로어 질문 시간이 이어졌으며, 학생들의 수준 높은 질문을 들을 수 있었다. 빙하 코어를 시추할 때 남극대륙의 이동을 고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안진호 교수는 실제로 수직적으로 쌓인 얼음층 간에는 마찰이나 습곡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평적 흐름이 크지 않은 꼭대기에서 주로 시추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종종 빙하가 수평적으로 빠르게 흐르는 지역을 시추하여 빙하 이동의 흐름을 보기도 한다고 답했다.

 두 번째 강연은 입자를 탐험한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물리학 전공 유종희 교수의 ‘보이지 않는 우주를 탐험하다’였다. 유종희 교수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는 중성미자를 주제로 강연하였다. 유종희 교수는 1987년 마젤란 성운에서 가장 밝은 초신성이 폭발했을 때 일본의 1000m 지하 광산에서 초신성 폭발을 관측했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졌다. 폭발에서 방출된 중성미자 12개를 이용해서 관측한 것으로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보기에 앞서 중성미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중성미자는 전기를 띄지 않는 아주 작은 입자로, 중성미자 10^44개의 전자파를 쏘면 그중 전자 하나가 튕겨 나가는 수준으로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며, 핵분열/핵융합 반응에서 생성되는 입자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인 ‘힘입자, 쿼크입자, 힉스입자, 경입자’ 중 중성미자는 전자와 뮤온이 속한 경입자에 해당한다. 중성미자가 뮤온과 상호작용을 하면 뮤온은 사라지고 중성미자만 남아 지구를 투과한다. 투과한 중성미자를 지하에 위치한 검출기들이 관측한다. 

[사진5] 중성미자를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유종희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해 원통형의 물통을 이용한다. 빛은 물속에서 속도가 약 30% 감소하기 때문에 중성미자가 튕겨 낸 전자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원뿔 모양의 빛을 체렌코프 빛이라고 한다. 이 체렌코프 빛으로 중성미자를 검출한다. 이런 검출기의 예시로 일본의 수퍼카미오칸데 중성미자 망원경,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망원경이 있다.

[사진6] 1987년 검출된 초신성 중성미자에 관해 설명하는 유종희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국내에서는 전남 영광 중성미자 연구소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중성미자의 3가지 종류(1번, 2번, 3번)가 이동 거리별로 섞이는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진동 현상을 관측한다.

[사진7] Jarlskog 불변량에 대해 설명하는 유종희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마지막으로 유종희 교수는 중성미자가 품은 우주 탄생 비밀의 열쇠에 관해 강연했다. 우주 초기 대폭발 전 우주에서는 물질과 반물질이 거의 똑같은 비율로 존재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물질이 반물질보다 전체의 1/10억만큼 많아지면서 대칭성이 깨졌다. 유종희 교수는 Jarlskog 불변량이라는 식을 소개하며 앞의 4개의 삼각함수 값은 3가지 뮤온의 상호작용과 관련되어 있고 sin ⁡δ은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성 정도를 나타낸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이 값을 측정하기 위해 일본에서 발생한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사진8]공연하는 서울대학교 응원단. (사진=이다인 기자)

2부 일정으로 넘어가기 전 서울대학교 응원단의 공연이 있었다. 배경 음악으로 영화 의 ‘The Greatest Show’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그대에게’가 흘러나오며 장내 분위기를 북돋아 주었다.

[사진9]3개의 공으로 저글링하는 김창수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수를 탐험한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김창수 교수가 ‘저글링하는 수학자가 있다고?’를 주제로 세 번째 강연을 진행했다. 시작부터 저글링하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집중시킨 김창수 교수는 저글링은 몇 개의 공을 사용하느냐,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저글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저글링에서 공이 떨어지는 시간을 기준으로 번호를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을 던지지 않은 상태는 0이고 공이 5초 후에 떨어지면 5-던지기, 공이 3초 후에 떨어지면 3-던지기, 1초 후에 떨어지면 1-던지기라고 할 수 있다. 혼자 공을 던지고 받는 단순 저글링은 매 순간 최대 한 개의 공을 던지고 받을 수 있고 공이 떨어지는 것을 기록해서 저글링 수열을 만들 수 있다. 김창수 교수는 어떤 수열이 단순 저글링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쉬운 방법으로 다이어그램을 제시했다. 이 방식은 수평으로 숫자들을 늘어놓고 숫자만큼 칸수를 건너뛰어 포물선을 그리는 방식이다. 다이어그램에서 매 순간 최대 한 개가 들어가고 나갈 수 있다면 저글링 수열이고 여러 개의 공이 들어가고 나가는 지점이 생긴다면 노 저글링 수열이다.

[사진10]저글링 다이어그램을 설명하는 김창수 교수. (사진=이다인 기자)


 그러나 모든 수열에 대해 다이어그램을 그려서 알아낼 수는 없다. 김창수 교수는 저글링 수열과 공의 개수가 연결된 표를 보여주며 둘 사이의 연관성을 질문했고 학생들은 쉽게 수열의 평균이 공의 개수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어떠한 법칙에 의한 것인지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김창수 교수는 가장 쉬운 저글링 수열로 숫자 i가 반복되는 수열, 노 저글링 수열로 (i+1)i 수열을 제시했다. 후자의 수열은 다이어그램을 그렸을 때 두 공이 한 점에서 만나게 되어 노저글링 수열이다. 짧은 수열은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8246978265923628’같은 긴 수열은 판단하기 어렵다. 알기 쉬운 형태로 수열을 변형하기 위해 이용하는 방법이 바로 순환이동과 사이트스왑이다. 순환이동은 수열의 순서를 바꾸고 사이트스왑은 ij 를 (j+1)(i-1)로 변환한다. 전체 수열의 합과 공의 개수를 보존하는 방식이기에 변환해도 저글링 가능 여부는 동일하다. 순환이동으로 차가 작은 숫자들을 이웃하게 하고 사이트스왑으로 숫자들을 고르게 변환하여 모든 수가 같아지면 저글링 수열이고 (i+1)i가 나타나면 노 저글링 수열이다. 혼자 최대 하나의 공을 던지고 받는 단순저글링 외에도 여러 개를 동시에 던지는 멀티플렉스 저글링, 여러 명이 함께 저글링하는 합동 저글링에 관해서도 수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며 강연이 마무리되었다.  
강연이 끝난 뒤 “수학과 저글링 같이 어떤 현상을 보고 수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묻는 학생의 질문에 김창수 교수는 “저글링의 본질인 n개의 공을 던지고 받는 것에서 수열을 떠올렸듯이 핵심과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마지막 순서는 북극을 탐험한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과의 대담-탐험가의 이야기:탐험의 맛 파트의 미니강연이었다. 다산과학기지가 있는 스발바르 지역에서 빙하생태계를 연구하는 이유경 연구원은 ‘툰드라 벌판에 선 과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유경 연구원은 북극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 동물들에 관해 설명하고 실제 탐험 과정에서 정부에게 허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던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길이 없으면 만들어가라.’, ‘미리 포기할 필요 없다’라는 교훈을 전했다. 이유경 연구원은 초분광 카메라로 촬영해 분류한 식물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식물들을 초분광 카메라를 이용해 분류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북극의 빠른 기후변화로 생태계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어떤 종류의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경 연구원은 북극에서 연구하며 현장 연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학생들에게 현장 연구와 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독려했다.

[사진11]초분광 카메라로 관측한 스발바르의 식물들. (사진=이다인 기자)


 대담의 Q&A 파트에서는 지금까지 강연을 진행한 네 과학자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강연이 끝나고 바로 떠올리지 못했던 질문들을 Q&A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이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품을 추첨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청중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강연 후 학생들의 활발한 질문을 들을 수 있었던 자연과학 공개강연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24dain@snu.ac.kr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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